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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왜 ‘신뢰를 만드는 기술’이라 불릴까? ― 은행 없이 거래가 성립되는 구조의 탄생

by 알ㄹr딘 2026. 1. 24.

  가상화폐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가상화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블록체인은 대개 이렇게 인식된다. “뭔가 엄청 복잡한 기술”, “개발자나 이해하는 구조”, “어차피 투자랑만 관련된 말”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블록체인을 만든 사람들의 관심사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진짜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훨씬 단순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중간 관리자 없이도 믿고 거래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를 믿고 돈을 주고받을 때, 거의 항상 은행, 카드사, 플랫폼 같은 중개자를 거친다. 이들은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보증한다. 그렇다면 만약 이 중개자가 없다면, 거래는 불가능할까? 블록체인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 ‘신뢰를 만드는 구조’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블록체인은 왜 ‘신뢰를 만드는 기술’이라 불릴까?
― 은행 없이 거래가 성립되는 구조의 탄생
블록체인은 왜 ‘신뢰를 만드는 기술’이라 불릴까? ― 은행 없이 거래가 성립되는 구조의 탄생

 

우리가 믿는 것은 사실 ‘은행’이 아니라 ‘기록’이다.

 

  사람들은 흔히 은행을 ‘돈을 보관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은행은 돈의 이동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우리가 계좌로 송금할 때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현금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보냈다”는 기록다.

이 기록을 누가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다.
지금까지의 금융 시스템에서는 이 역할을 은행과 중앙 기관이 맡아왔다. 거래 기록은 중앙 서버에 저장되고, 문제가 생기면 그 기관이 판단을 내린다. 우리는 그 판단을 신뢰한다. 왜냐하면 국가의 법과 제도가 그 기관의 권위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조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중앙 기관은 항상 정직하고, 해킹당하지 않으며, 실수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현실에서는 이 전제가 완벽하게 성립하지 않는다. 시스템 오류, 내부 비리, 해킹 사고, 정치적 개입 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블록체인은 관점을 완전히 바꾼다.

“그렇다면 기록을 한 곳에 모아두지 말고, 모두가 같은 기록을 나눠 가지면 어떨까?”

이 발상은 단순하지만 혁명적이다. 신뢰의 중심을 특정 기관이 아니라 기록의 구조 자체로 옮기는 순간, 거래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블록체인은 ‘하나의 장부’가 아니라 ‘모두의 장부’다.

 

  블록체인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장부’라는 비유다. 기존 금융 시스템이 은행 하나가 관리하는 장부라면, 블록체인은 참여자 모두가 같은 장부를 동시에 들고 있는 구조다.

어떤 거래가 발생하면, 이 거래는 하나의 ‘블록’으로 묶여 네트워크 전체에 공유된다. 참여자들은 이 거래가 규칙에 맞는지 검증하고, 모두가 동의하면 그 블록은 이전 기록에 연결된다. 이렇게 연결된 기록의 사슬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두 가지다.
첫째, 기록이 공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누가 언제 어떤 거래를 했는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둘째, 기록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의 기록을 조작하려면, 그 이후에 연결된 모든 기록을 동시에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 변경에 대해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 구조에서는 누군가 혼자서 “이 거래는 없던 걸로 하자”고 말할 수 없다. 중앙에서 버튼 하나 누른다고 기록이 바뀌지도 않는다. 신뢰는 특정 주체의 권위가 아니라, 다수의 합의와 구조적 제약에서 나온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흔히 이렇게 표현된다.
“믿을 필요가 없도록 설계된 시스템”
사람을 믿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가 성립한다는 역설적인 구조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기술’이 아니라 ‘질서’에 가깝다.

 

  블록체인을 단순히 IT 기술로만 이해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블록체인이 진짜로 흥미로운 이유는, 이 기술이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위에서 아래로 해결된다. 중앙 기관이 판단을 내리고, 사용자는 그 결정을 따른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에서는 규칙이 먼저 정해지고, 그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한다. 누군가의 재량이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

이 구조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 장점: 임의적 개입이 어렵고, 투명성이 높다
• 단점: 문제가 생겨도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아직 완성된 해답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블록체인이 “신뢰는 반드시 중앙에서 나와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전제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화폐가 사라질 수도 있다. 특정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뢰를 분산시키는 구조’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세상에 던져졌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계속해서 논의되는 이유다.

 

 

마무리하며

 

  블록체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코드를 읽을 줄 아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신뢰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일에 가깝다.
은행이 없어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를, 무엇을, 왜 믿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순간, 블록체인은 더 이상 어려운 기술 용어가 아니라, 지금의 금융과 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이 된다. 다음 글에서는 이 구조 위에서 만들어진 가상화폐가 과연 ‘돈’인지, ‘자산’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극단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