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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돈일까, 자산일까? - 투자와 투기 논란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 세우기

by 알ㄹr딘 2026. 1. 28.

  가상화폐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그래서 이건 돈이야, 아니면 그냥 투기용 자산이야?”
  이 질문에는 이미 혼란이 담겨 있다.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사람에게 가상화폐는 미래의 화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근거 없는 가격 놀이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질문을 흑백논리로 던진다는 점이다. 돈이냐 아니냐, 안전하냐 위험하냐,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 하지만 가상화폐는 기존의 분류 체계에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오히려 이 혼란 자체가 가상화폐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라는 질문 대신, 가상화폐를 어떤 기준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본다. 판단을 대신 내려주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가상화폐는 돈일까, 자산일까? - 투자와 투기 논란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 세우기
가상화폐는 돈일까, 자산일까? - 투자와 투기 논란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 세우기

 

돈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는 흔히 “돈처럼 쓰이니까 돈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돈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일반적으로 돈은 다음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교환의 수단: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어야 한다.

  가치의 저장: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

  가치의 척도: 가격을 비교하고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가상화폐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일부 가상화폐는 실제 결제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상적인 사용은 제한적이다.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도 불안정하다. 그리고 가격 기준 역시 법정화폐에 의존한다. 즉, 현재의 가상화폐는 ‘완성된 화폐’라기보다는 화폐의 일부 기능만 수행하는 상태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것은 돈이 아니라 실패한 화폐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돈은 항상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쳤다. 중요한 것은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와 동일한 역할을 당장 수행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인지다. 가상화폐는 국가가 보증하는 돈이 아니다. 대신 특정 국가의 통화 정책이나 정치적 상황에 덜 종속된 교환 수단을 실험한다. 이 지점에서 가상화폐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화폐의 개념 자체를 확장하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가격이 이렇게 요동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상화폐가 투기 대상으로 인식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이다. 하루 만에 큰 폭으로 오르거나 떨어지는 가격 그래프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준다. 이 변동성은 단순히 “사람들이 몰려서” 생기는 현상만은 아니다.

 

  첫째, 가상화폐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고 제도적 장치가 미완성이다. 시장 참여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둘째, 가상화폐에는 내재 가치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 주식은 기업의 실적, 부동산은 위치와 사용 가치 같은 기준이 있지만, 가상화폐는 미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가격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정보의 비대칭과 과장된 서사가 가격을 증폭시킨다. 기술적 발전보다 ‘곧 폭등한다’는 이야기들이 더 빠르게 확산된다.

 

  이런 조건이 겹치면, 가격은 쉽게 투기의 장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다. 투기적 거래가 많다는 것과, 대상 자체가 무가치하다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초기 인터넷 기업들 역시 극단적인 거품과 붕괴를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술과 구조는 오늘날의 일상이 되었다.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은 위험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직 합의되지 않은 가치에 대한 탐색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가상화폐는 ‘어떻게 봐야 할 대상’일까

 

  가상화폐를 이해하는 데 가장 위험한 태도는, 무조건적인 낙관이나 무조건적인 혐오다. 둘 다 판단을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국가가 보증하는 안정적인 화폐인가, 아니면 실험적인 자산인가?

  기술과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가격만 보고 접근하고 있지는 않은가?

  장기적인 변화의 일부로 보고 있는가, 단기적인 수익 수단으로만 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가상화폐의 위치는 달라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고위험 자산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술 변화에 참여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가상화폐를 ‘돈이냐 아니냐’로 단순화하지 않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아직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은 대상이다. 그래서 불안정하고, 그래서 논쟁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가상화폐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연습을 요구한다. 불확실한 대상에 대해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연습이다.

 

 

마무리하며

 

  가상화폐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다. 돈도 아니고, 완전한 자산도 아니며,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는 장난도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금융 질서와 기술, 신뢰 구조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과도기적 존재다. 가상화폐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변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에 가깝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가상화폐는 더 이상 막연히 무섭거나 무조건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판단의 대상이 되고, 선택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비로소, 가상화폐에 대한 대화는 감정이 아니라 이해의 영역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