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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진성 그럴듯함이 만들어내는 문학적 현실

by 알ㄹr딘 2026. 2. 9.

  핍진성은 문학 작품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느껴지는가를 설명하는 개념이며 이 글에서는 핍진성의 의미와 이론적 배경 그리고 문학 이론 속에서의 상반된 평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핍진성 그럴듯함이 만들어내는 문학적 현실
핍진성 그럴듯함이 만들어내는 문학적 현실

핍진성의 개념과 구조주의 문학이론의 등장


  핍진성이란 본래 외견상 사실적이거나 진실해 보이는 정도와 질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이는 고대부터 이야기와 서사에 대해 요구되어 왔던 그럴듯함 있음직함이라는 개념의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인간은 이야기를 들을 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는지보다도 그러한 일이 일어날 법한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왔으며 이러한 태도는 신화 서사 역사 서술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핍진성이 문학용어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구조주의 문학이론의 등장 이후였습니다. 구조주의자들은 문학 작품을 외부 현실의 단순한 반영으로 보지 않고 텍스트 내부의 구조와 규칙에 의해 의미가 생성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의 그럴듯함 역시 텍스트 자체의 속성이라기보다 독자가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는 방식에서 형성되는 효과로 이해되었습니다. 어떤 사건들의 연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건 그 자체의 필연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독자가 그 사건들을 하나의 일관된 전체로 묶어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독자는 텍스트에 드러나지 않은 빈틈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채워 넣으며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이러한 독자의 능력을 구조주의 이론가 조나단 컬러는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개념을 차용해 서사적 능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서사적 능력이란 특정 사건을 선택하거나 구성하고 이를 의미 있는 이야기로 조직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핍진성은 이처럼 텍스트와 독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성되는 효과이며 문학이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해석의 과정임을 보여주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화적 관습으로서의 핍진성과 사회적 맥락


  핍진성은 독자 개인의 서사적 능력에만 의존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회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관습과 상식에 깊이 뿌리내린 문화적 현상입니다. 한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는 행동과 사건은 다른 사회에서는 비현실적이거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사회라 할지라도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상식과 규범은 달라지며 그에 따라 핍진성의 기준 역시 변화합니다. 구조주의자들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핍진성을 개별 작품 내부에서 자족적으로 형성되는 속성이 아니라 해당 작품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사회적 텍스트들의 축적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즉 한 작품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이전의 수많은 이야기와 행동 양식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작품을 읽을 때 무의식적으로 사회가 축적해 온 적합한 행동의 모델과 비교하며 수용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과정에서 핍진성은 자연스러운 현실의 반영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문화적 합의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핍진성은 문학 텍스트를 넘어 사회 전체의 인식 구조를 반영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은 이러한 사회적 관습을 재확인하거나 때로는 교란함으로써 독자에게 새로운 인식을 제공합니다. 핍진성이 강한 작품은 독자에게 안정감과 몰입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기존의 상식과 관습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위험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이 점에서 핍진성은 문학의 수용과 평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며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개념입니다.

 

리얼리즘과 형식주의에서의 핍진성 평가


  핍진성은 문학 이론에 따라 상이한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을 문학의 핵심 원리로 삼는 리얼리즘에서는 핍진성이 높은 작품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박진감이나 생생함으로도 불리는 핍진성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 세계를 실제 현실처럼 느끼게 만들며 사회적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반면 문학성을 기법과 형식의 문제로 이해한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에게 핍진성은 그다지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습니다. 형식주의 이론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문학 작품이 외적 현실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미적 효과의 부산물로 간주했습니다. 그는 문학의 본질을 대상을 낯설게 만드는 생소화의 과정에서 찾았으며 작품이 현실과 유사해 보이는 것은 이 생소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효과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슈클로프스키는 이를 동기부여라고 불렀습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핍진성이 강하게 작동하는 작품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실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예술적 변형과 긴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합니다. 즉 지나치게 핍진적인 작품은 예술이 지녀야 할 생소화의 기능을 약화시키며 높은 미적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핍진성은 문학을 현실의 재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언어와 형식의 자율적 작용으로 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핍진성은 문학 이론의 관점에 따라 긍정과 비판의 대상이 동시에 되는 개념이며 문학이 현실과 맺는 관계를 사유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론적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